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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만에 다시 찾아왔..
by shiny at 08/08 정말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by 가슴시린 at 04/13 이 책은 요즘 많이 출판된.. by 문유 at 03/12 그러게 말이에요. 하지만.. by 문유 at 01/09 제가 고마워요. :-) 플.. by 문유 at 01/05 |
![]() ‘재즈 시대’The Jazz Age는 1차 대전 종전 직후에 시작해서 미국 증시 사상 최대의 호황을 타고 흘러가 1929년 주식 대폭락과 함께 꿈처럼 사라진 시대다. 금융 자산으로 유한계급이 폭증한 이 시기는, 태생적으로 금욕주의와 실용성을 강조해온 미국 사회의 역사를 두고 볼 때 시각적으로 가장 풍요롭고 호사스러운 시기였다. 재즈 시대는 로라 멀비의 표현대로 “세계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대중문화의 시각적 아이콘들로 그득하다. 하얀 플란넬 양복, 축음기를 타고 흐르는 재즈 음악, 로맨틱한 아르데코의 유행,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전혀 새로운 여인의 모습. 머리에 착 달라붙는 짧은 단발머리, 팔다리가 드러나는 헐렁한 미니드레스 차림에 진주 목걸이를 걸친 신여성의 탄생. 무성영화의 스타 루이즈 브룩스에서 시작해 그레타 가르보, 나아가 [위대한 갯츠비]의 데이지로 대표되는 이 새로운 젊은 여성들을 사람들은 “플래퍼”라고 불렀다. 전형적인 플래퍼는 조금은 당돌하고 조금은 순진하며, 무엇보다 인습적인 모든 것들을 경멸하는,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모던’ 여성이었다. 진한 화장을 하고 폭음을 하고 줄담배를 피우면서도 어린 아이 같은 천진한 매력을 품은 그녀들은, 어지러우리만큼 급속하게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전통적 가치관이 붕괴하고 있던 시대상의 소산이었다. 단순히 패션과 도덕관념의 변화를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재즈 시대의 정신을 온몸으로 체현하는 하나의 현상이었던 셈이다. 무도회장에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자유연애를 즐기며 술과 담배와 장미의 나날들을 보내는 여인 플래퍼는 영원한 젊음의 컬트였다. 과거의 인습과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의 틀을 찾지 못한 세대는 전례 없는 기술의 발전과 물적 풍요를 극단적인 카르페 디엠의 정서로 불태웠던 셈이다. 그리고 플래퍼가 표상하는 현란한 시대정신을 포착해 ‘재즈 시대’로 명명한 작가가 바로 F. 스콧 핏제럴드였다. 핸섬한 수다쟁이였던 프린스턴 졸업생 핏제럴드는, 그 자신 당대 유명한 플래퍼였던 18세의 남부 처녀 젤다 세이어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른다. 바야흐로 파격과 방종, 정신병과 중독으로 점철된 두 사람의 무모한 삶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권위와 경건에 대한 조롱과 무절제한 쾌락의 탐닉은 명성과 부를 함께 누리던 젊은 작가의 삶을 천국에서 지옥으로 몰고 갔다. 핏제럴드 부부는 방종한 기행(奇行)으로도 유명했다. 공공장소의 분수대에서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치거나, 택시의 후드에 타고 달리기도 하고, 심지어 연극의 슬픈 대목에서 큰 소리로 깔깔 웃고 우스운 대목에서 엉엉 우는 기괴한 짓마저 하고 다녔다. 젊은이들의 자유연애와 파티들을 그려낸 핏제럴드의 책들은 커다란 인기를 끌었고 부부는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너무나 유명해져서, 마치 왕족처럼 대우받았다. 하지만 젤다가 원하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지탱하기 위해서, 핏제럴드는 무수한 단편들을 써서 부지런히 잡지에 기고해야 했다. 재즈 시대가 끝나고 공황이 닥치면서, 화려한 나날은 가고 두 사람은 중독과 정신병, 막대한 부채 속에 허덕이며 미국 사회와 함께 과소비와 방종의 대가를 무섭게 치러야 했다. 핏제럴드를 사로잡은 플래퍼의 매혹은 돈, 혹은 부에 대한 애증이 뒤섞인 시니컬하면서도 매료되는 특유의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 핏제럴드의 문학과 당대의 키워드였던 돈은 마치 샴 쌍동이처럼 얽혀 있었다. 글을 써서 젊은 나이에 엄청난 대성공을 거두고도, 그는 청년기부터 죽을 때까지 절박하게 돈을 벌기 위해서 글을 써야 했던 작가다. [재즈 시대 이야기들]에 소개된 단편들을 비롯해 많은 핏제럴드의 작품들은, 문학에 대한 순수한 꿈보다는 쉽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에서 쓴 글들이기도 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핏제럴드의 작가 경력 자체가 시작부터 돈이 넘쳐나는 재즈 시대의 환락, 플래퍼에 대한 사랑과 떼려야 뗄 수 없었다. 핏제럴드가 작가로 성공하는 걸 기다리지 못한 젤다가 파혼을 선언했을 때, 세 번째로 고쳐 쓴 [낙원의 이편]이 간행되어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이 데뷔작이 출간된 지 일 주일 만에 결혼했다. 글쓰기는 핏제럴드에게 곧 돈과 사치, 생계를 뜻하는 노동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자기 입으로 [낙타의 엉덩이] 같은 작품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백금 시계를 사려는 명백한 목적”으로 썼다고 실토하기까지 했을 정도인데, 하지만 이 말이 농담이든 진담이든, 참으로 재즈 시대다운 창작의 동기가 아닌가. 하지만 짧은 순간 엄청나게 넘쳐난 돈과 모더니즘의 유혹이 만들어낸 이 시대는 저항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핏제럴드는 돈을 위해서 돈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그 치명적인 돈의 아름다움을 그 누구보다 훌륭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탐욕과 환멸, 타락을 시인하면서도 이 전무후무한 과잉의 시대에만 가능했던 사치의 일장춘몽, 젊음과 쾌락에 덧씌워진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 그 자기 파괴적인 매혹에서, 중산층의 무료한 일상을 뛰어넘는 어떤 판타지, 일종의 미학적 시적 황홀경을 읽어낸 것이다. 핏제럴드의 이야기 속에서 그 판타지는 언제나 플래퍼, 여성의 매혹으로 화해 드러난다. [젤리빈]의 무료한 실존을 뒤흔드는 낸시 라마, 보잘 것 없는 서점 직원 멀린 그레인저의 평생을 지배하는 판타지가 되는 적갈색 머리칼의 마녀 캐롤라인, 하루하루가 신나서 결혼은 생각도 없는 [낙타의 엉덩이]의 여주인공 베티 메딜, 그리고 [릿츠 호텔만한 다이아몬드]의 키스민처럼. 재즈의 시대에 플래퍼라 불리웠던 이 처녀들은, 그냥 남들처럼 정주행하든 벤저민 버튼처럼 역주행하든 어차피 다 쓸쓸하고 피로한 삶의 여정에, 덧없이 스러질 꿈이라도 찰나의 열정이라도 태울 수 있게 해줄, 그리하여 꿈꾸게 하고 환멸하게 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줄, 개츠비의 초록 불빛인 셈이다. 핏제럴드에게는 그게 문학이었고 그게 시였고 그게 꿈이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