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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만에 다시 찾아왔..
by shiny at 08/08 정말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by 가슴시린 at 04/13 이 책은 요즘 많이 출판된.. by 문유 at 03/12 그러게 말이에요. 하지만.. by 문유 at 01/09 제가 고마워요. :-) 플.. by 문유 at 01/05 |
![]() TV 카메라 앞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앵커는 시청자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늘 슬며시 눈을 내리깔고 마지막 인사를 던진다. "굿나잇, 앤 굿럭." 그 비껴가는 시선은 말없는 도전이다. 사유의 채찍질이다. 이제는 당신이 생각의 부담을 떠맡고 불편한 화제라도 맞닥뜨려 판단하라는 명령이다. 그렇게 영화는 혁명과 전쟁을 말한다. 매카시가 만들어낸 공포의 침묵이 소리없이 나라를 짓누른다. 총소리도 없고 유혈사태도 없지만 글을 쓰는 그들은 전장에 있다. 에드 머로와 프레드 프렌들리는 CBS 뉴스팀의 지휘관이다. 그들의 명령에 돈 할렌벡과 조 웨시바를 비롯한 휘하의 병사들, 아니 기자들은 소리없이 충성하며 전장으로 뛰어나간다. 하지만 압박과 권력의 저항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막강하고, 전쟁의 과정에서 희생자는 속출한다. 아내의 과거 경력이 팀에 누가 될까 빠지려는 에디 스캇, 매카시스트들의 공격을 한몸에 받던 돈 할렌벡의 자살은 위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금기로 되어 있던 사내결혼을 하고 관계를 숨겨오던 조와 셜리 워시바의 직장생활 역시 아슬아슬하기는 마찬가지다. 에드 머로 역시 과거의 날조된 경력을 근거로 빨갱이로 몰리게 된다. 이들의 삶에 닥쳐오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 진짜배기기 때문에, 그들의 용기 역시 진짜배기가 된다. 타협을 모르는 에드 머로는 물론 굴하지 않고 매카시의 공포정치가 종막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야 만다. 이 과정에서 폐소적인 CBS 뉴스룸에서 벌어지는 담담한 대화들이 칼이 되고 방패가 된다. 속삭임과 눈짓과 몸짓이 배신과 충성의 희미한 경계를 가른다. 마치 <12인의 성난 사람들> 같은 고요하게 이글거리는 서스펜스는 찬탄할 만하다. 가히 클래식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승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See It Now를 이끌던 에드 머로의 완고하고 비타협적인 팀은 비록 매카시즘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나, 역사의 흐름 그 자체에 대항해서는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사라지고 해체되는 그들의 뒷모습까지를 직시한다. 퀴즈쇼의 열풍과 연예 인터뷰에 밀려 프라임타임을 빼앗긴 에드 머로는 자신에게 공로상을 수상하고자 모인 방송계 인사들에게 감사의 말 대신 호된 질책을 던진다. 방송이 공공성과 사회정의에 대한 책임을 포기한다면 그 어떤 의미도 전달하길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물론 어리석은 공룡의 유언이다. 물론 시대착오적이다. 하지만 그래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사라진 무엇이기 때문에 거울처럼 지금,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소통의 수단, 그러니까 소위 "미디어"라는 게 있기나 한가 싶은 이 시대를 다시 반추하게 만든다. 진한 향수라는 정서를 통해서. 영화 전체가 기대고 있는 흑백 필름의 노스탤지어는 그냥 스타일리스틱한 겉멋이 아니다, 결국은 지금 우리와 만나고 비판적 사유로 길을 터준다. ![]() 아무튼 영화는 '멋'있다. 은근하고 기품있다. 교훈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생생한 캐릭터를 살려낸다. 절반 이상이 배우들의 몫이다. 기가 막힌 앙상블 캐스트다. 맑고 단호한 눈빛과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인 에드 머로 역의 데이빗 스트래던이 아니었다면 "굿나잇, 앤 굿럭"이 그렇게 복잡한 뉘앙스를 띨 수 있을까. 훗날 CBS의 대표 프로그램인 <60 Minutes>의 프로듀서로 머로의 정신을 이어가는 죠 워시바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와 비밀결혼을 한 여성 프로듀서 셜리 워시바 역의 패트리샤 클락슨, 게다가 제프 다니엘스와 테이트 도노반, 프랭크 란젤라까지, 누구 하나 화면을 빡빡하게 채우는 뿌듯한 연기를 보여주지 않는 배우가 없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 영화는 조지 클루니의, 조지 클루니에 의한 영화. 배우로서가 아니라 전방위로 영화를 가능하게 만든 공헌도를 말하는 거다. 멋진 사내들을 떼거지로 몰고 다니며 늑대무리의 대장 노릇을 하는 데는 도가 튼 인간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인간이 멋있어도 되나. 역할도 기막히게 들어맞는다. 앞만 보고 달리는 말 같은 에드 머로와 달리 현실적인 위험 요소들을 모두 계산에 넣고 팀원들의 사생활도 꿰고 있으면서 묵묵하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프로듀서 프레드 프렌들리를 클루니 아닌 누가 할 수 있으랴. 그러니까 각본과 감독을 맡았을 뿐 아니라 자기 집까지 저당잡혀 가면서 제작비를 충당했다는 일화까지, 이 영화에서 조지 클루니의 퍼소나야말로 가히 시대착오적이다. 멋있고 클래식하지 뭐냐, 흥. |